얼마 전에 신촌 북오프에서 구입한 토쿠부치 마리코 씨의 '신칸센 걸'입니다. 토쿠부치 씨는 신칸센 객실 승무원 일을 시작한 지 1년 4개월만에 매출 1위를 기록하여 아사히 신문의 '천성인어(天声人語)'에 소개되기도 하였고, 그러한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신칸센 걸'이 동명의 단편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지요. 혹시나 관심있으신 분이 계실까 해서 객실 승무원의 하루를 그린 1장을 조금 옮겨와 봤습니다.



어느 날의 나

도쿄역과 오사카역을 잇는 도카이도 신칸센. 하루 평균 300편 이상의 신칸센이 운행되고 40만명에 가까운 승객들이 승차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들 중에서도 이용해 보신 분들이 많이 계시지 않을까요.
도카이도 신칸센에 승무하는 객실 승무원의 수는 사원과 아르바이트를 합쳐서 약 900명. 그 중에서 약 400명이 도쿄, 즉 제가 근무하고 있는 주식회사 JR 도카이 패신저스 도쿄열차영업지점에 소속되어 있고 나머지 동료들은 오사카열차영업지점과 나고야지점에 있습니다. 아침 첫차인 도쿄역 6시 출발 하카타행 노조미에서부터 도쿄역에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23시 48분 도착 하카타발 노조미까지 대부분의 열차에 객실 승무원이 탑승하고 있지요.


◆오늘은 9시 3분부터

저희 객실 승무원이 매일 어느 신칸센에 승무하는지는 한 달에 한 번 발표되는 근무표에 따라 결정됩니다. 여기에서는 오전 9시 3분에 출발하는 '노조미 113호'에 승무하는 날의 제 하루 일과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출근시간은 자신이 승무하는 열차의 출발시간보다 약 한 시간 일찍 나오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근무표에 이 날의 출근시간은 오전 8시 3분으로 적혀 있습니다. 제가 기상하는 시간은 출근시간으로부터 세 시간 전. 오늘은 오전 5시에 일어났습니다. 우선 한 시간 정도 걸려 몸단장을 마칩니다. 이때 꼭 하는 것은 볼을 잡아당기거나 입을 크게 벌리는 등의 얼굴 운동. 얼굴의 근육이 굳어 있으면 미소를 지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침에는 그다지 식욕이 없어서 많이 먹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승무 중에 멀미를 하기 때문에 올리고당을 뿌린 바나나 요구르트만은 꼭 먹습니다.
사이타마현 카와구치시에 위치한 자택에서 6시에 출발해서 한 시간 걸려 도쿄역으로부터 도보 1분 거리에 있는 회사로 향합니다. 회사에 도착한 시간은 7시. 여유를 가지고 출근하지 않으면 마음이 안정되지 않기 때문에 저는 출근시간보다 한 시간 전에 회사에 도착합니다. 객실 승무원의 업무에는 갑작스런 변경이 따라붙기 마련인데, 만에 하나 시각표가 엉킬 경우라든가 갑자기 결근하게 된 승무원을 대신해 예정시간보다 빨리 탑승하라는 지시를 받을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희 객실 승무원들은 사내에 자신의 자리가 별도로 없기 때문에 각자 출근 시에 미팅룸에 있는 서류함에서 회사로부터의 전달사항을 확인해야 합니다. 이렇게 준비를 하고 제복으로 갈아입는 사이에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립니다.
당직점호장에서 출근확인을 받고 승무에 필요한 비품을 챙깁니다. 핸드 스캐너(계산을 할 때 상품의 바코드를 읽는 기계), 잔돈, 영수증, 도시락의 내용물 사진이 인쇄되어 있는 카드, 볼펜 등 잊은 물건이 없나 확인합니다. 그리고 8시 3분, 출근시간이 되면 같은 신칸센에 승무하는 승무원들과 미팅을 시작합니다. 미팅룸에는 테이블이 여러 개 설치되어 있어서 같은 열차에 승무하는 멤버들끼리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회의를 하게 됩니다. 오늘 '노조미 113호'에 승무하는 객실 승무원은 저를 포함해서 다섯 명. 근속 11년인 매니저에 특실을 담당하는 리더, 자유석과 지정석의 카트 판매를 담당하는 저와 동료, 그리고 아르바이트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점호, 오늘의 주의사항, 몸가짐, 매상 목표 금액 등을 확인하고 미팅을 마친 후 다섯 명이서 함께 회사를 나섭니다. 이 시간대에는 열차가 밀집해 있어서 가장 바쁜 시간입니다. 미팅룸도 매우 혼잡하지요. 다른 열차에 승무하는 객실 승무원들도 차례로 출발합니다. 줄을 지어 도쿄역 구내를 지나 16번 플랫폼에 도착. 타고 내리는 승객분들께 인사를 하며 신칸센의 입선을 기다립니다.


◆도쿄에서 신오사카로

나고야에서 출발한 신칸센이 도착했습니다. 발차까지 짧은 시간 동안 객실 승무원은 카트에 실린 상품을 확인하고 커피를 끓일 준비를 합니다. 저도 자켓과 장갑을 벗고 앞치마를 두르고 판매 준비를 합니다.
9시 3분, '노조미 113호'가 정시에 출발합니다. 이와 동시에 카트 판매도 시작됩니다. 아침이라 샌드위치와 주먹밥, 커피 등이 잘 팔립니다. 오늘은 평일이기도 해서 승객의 8할 정도가 비즈니스맨입니다. 오늘 저의 담당은 'A차 카트'. 이건 1~7호차 담당을 뜻하는 객실 승무원 사이의 용어입니다. 저는 7호차에 있는 차내판매준비실을 출발해서 1호차를 향해 진행합니다. 객실에 들어갈 때는 항상 인사를 합니다. 열차의 진행방향을 향해 카트를 밀고 있기 때문에 승객들의 등 뒤에서부터 나아가게 됩니다. 승객들이 카트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도록 조금 천천히 걷습니다.
1호차에 도착하면 이번엔 7호차를 향해 되돌아갑니다. 1~3호차는 자유석. 도중에 위치한 신요코하마역에서 승차한 승객도 있습니다. 자유석이라 같은 좌석이라도 승객의 면면이 바뀌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7호차까지 돌아오면 다시 이를 반복합니다. 교토역에 도착할 때까지 약 2시간 20분 동안 평균 세 번 정도 왕복할 수 있습니다.
열차가 교토역에 도착할 즈음에 하차 준비를 시작합니다. 앞치마를 벗고 자켓과 장갑을 착용. 잊은 비품이 없는지도 확인합니다. 신오사카역에 도착하면 재빨리 내립니다. 역에서 대기하고 있는 스탭과 함께 카트를 내린 후 저희는 승객분들께 인사를 합니다. 객실 승무원은 플랫폼에 집합해서 정렬한 후 오사카열차영업지점의 사무소로 향합니다.
하차 후의 미팅에서는 당일의 매상과 승객의 요구, 무언가 곤란한 일이 있었던 경우에는 그 내용을 보고하고 마지막으로 다음에 승무할 상행열차의 시간을 확인합니다. 여기서 일단 승무는 종료. 다섯 명의 객실 승무원은 해산합니다. 다음 승무는 14시 30분에 출발하는 도쿄행 '노조미 24호'. 상행열차도 같은 멤버입니다.
'노조미'에 승무하는 객실 승무원의 시프트는 하루에 도쿄~오사카 사이를 한 번 왕복하는 패턴과 1.5왕복 후 오사카에서 숙박하는 패턴, 이틀에 걸쳐 두 번 왕복하는 패턴 등 크게 세 가지 패턴으로 나뉘어집니다. 기본적으로 한번 출근하면 퇴근할 때까지 그날 하루는 같은 멤버와 함께 승무합니다. 1.5왕복 후 오사카에서 숙박할 경우에는 다음 날 오전 중에 상행열차에 승무해서 도쿄로 돌아오는데 이 때도 같은 멤버입니다. 도쿄에 도착해서 해산할 때까지를 '1근무'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다섯 명 중에서는 '어시스턴트 크루'라 불리는 아르바이트생도 있어서 이들만 따로 바뀔 때도 있습니다. 나고야행 고다마에 승무할 경우에도 노조미와 같은 근무 패턴으로 도쿄~나고야를 왕복합니다. 1.5왕복일 경우에는 나고야에서 숙박을 합니다.
멤버는 출근할 때마다 바뀝니다. 도쿄열차영업지점의 승무원만 해도 400명이나 되니 똑같은 멤버로 다시 승무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휴식시간을 보내는 방법

오늘은 다음 승무 미팅까지 약 한 시간 반 정도 점심식사를 겸한 휴식시간이 주어집니다. 승객들에게 인기가 있는 상품을 조사하는 것도 일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신오사카역에서 새로 나온 에키벤을 사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가끔씩 동료들과 함께 역 근처의 음식점에 가기도 하고 직접 도시락을 싸 오는 승무원도 있습니다. 흔들리는 차내에서 계속 서 있어야 하는 체력적으로 힘든 일이기 때문에 수면실에서 쉬는 경우도 있습니다.
13시 40분에는 오사카열차영업지점의 사무실에 돌아와 아까 그 멤버 다섯 명과 다시 얼굴을 맞댑니다. 이번에는 도쿄행 '노조미 24호'의 승무 미팅입니다. 점심시간 중에도 제복을 입고 있는 것이 원칙이라 옷을 갈아입을 시간은 필요 없습니다. 아침과 마찬가지로 주의사항, 몸가짐, 매상 목표 등을 확인합니다. 오늘 아침과 다른 점이라면 출발점호를 하는 당직이 간사이 사투리를 쓴다는 것이지요.
미팅이 끝난 후 객실 승무원 다섯 명이 줄을 지어 신오사카역 26번 플랫폼으로 향합니다. 제 담당은 A차 카트라 7호차의 차내판매준비실이 승무 시의 거점이 됩니다. 그래서 얼른 승차할 수 있도록 7호차의 승무원 도어가 위치한 곳 부근에서 기다립니다. '노조미 24호'는 신오사카역 시발열차가 아니라 하카타에서부터 오는 열차입니다. 정차시간이 2분 밖에 되지 않는데다 내리는 승객들도 있지요. 신오사카역에서 승무를 마친 다른 회사의 객실 승무원들과 교대해서 열차에 탑승합니다.


◆노조미 상행열차에

14시 30분, 정시에 열차가 출발합니다. 하행열차와 마찬가지로 앞치마로 갈아입고 카트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이 시간대에는 관광을 목적으로 도쿄를 방문하는 승객들이 두드러지게 많습니다. 동료와 함께 즐거운 듯이 가이드북을 보고 있는 모습에서 그걸 알 수 있습니다. 점심시간도 지났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 음료수가 잘 팔렸습니다. 나고야역 도착 전에 매니저와 추가로 보충할 상품을 상담한 결과 아이스크림을 보충하기로 하고 매니저가 차내전화로 나고야지점의 스탭에게 의뢰했습니다. 나고야역에 도착하면 플랫폼에 대기하고 있던 스탭으로부터 보충용 아이스크림을 얼른 건네받습니다.
도쿄역에 돌아온 것은 17시 6분. 8시간 3분만의 귀경입니다. 오사카보다도 날이 빨리 저무는 도쿄라 하늘은 벌써 깜깜합니다. 동승했던 객실 승무원과 함께 플랫폼에 정렬해서 아침과 마찬가지로 도쿄역 구내를 지나 도쿄열차영업지점에 돌아옵니다. 그 후 오늘 두 번째의 도착 미팅. 옷을 갈아입고 업무를 끝내니 저녁 6시였습니다. 오늘은 바로 집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집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7시 반.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목욕입니다. 그 뒤 어머니께서 차려주신 저녁밥을 먹습니다. 시프트에 따라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밤 8시를 넘길 때에는 저녁을 거릅니다. 늦은 시간에 밥을 먹으면 아무래도 다음 날 위에 부담이 가서 좋은 컨디션으로 승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기 전에 반드시 하는 일은 발맛사지입니다. 하루 종일 서 있느라 발에 상당한 부담이 가기 때문이죠. 자는 건 아무리 늦어도 0시에서 1시 사이.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더 늦게 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일 1,100km를 이동

이 날은 도쿄와 신오사카 사이를 한 번 왕복하고 업무가 끝났습니다. 도쿄역과 신오사카역 사이는 약 550km니까 하루에 약 1,100km나 이동한 셈이 되네요. 하루에 한 번 반을 왕복할 경우에는 오전 중에 도쿄발 신칸센에 승무해서 신오사카역에 도착한 뒤에 도쿄행 상행 신칸센에 승무. 그 후 다시 하행 신칸센을 타고 신오사카로 가서 오사카에 있는 객실 승무원용 숙박실에서 묵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도쿄행 상행 신칸센에 승무하여 도쿄에 돌아온 시점에서 승무가 끝납니다. 한 번밖에 왕복하지 않는 날에도 저녁부터 근무라면 도쿄에는 밤 늦은 시간에 돌아오게 되지요. 다음 날 근무가 아침 일찍 있다면 집에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도쿄역 부근에 있는 숙박실에서 잡니다. 수면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집에 돌아가는 것보다도 효율이 좋기 때문입니다. 오사카열차영업지점에 소속되어 있는 객실 승무원도 같은 이유로 도쿄, 나고야, 오사카에서 각각의 숙박실을 이용합니다. 사이가 좋은 동료와 함께라면 휴게실이나 식당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습니다.
숙박 근무가 있기 때문에 꽤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겠지요. 하지만 익숙해지면 별로 힘들지 않습니다. 그런 어려움을 뛰어넘는 성취감이 이 일에는 있으니까요.
Posted by eu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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